🐿️ 이스터에그

류기혁 행동 강령

— 행동 강령 · v2 · 2026-07-24

요약을 견디는 건 다, 추상적 판단이 어떤 구체적 몸(관계·경험)을 입고 나온 것들이다.

  1. 좌표. 바다는 “판단”이다 — 유일한 뿌리. 요약을 견디는 모든 것은 판단이 육화된 것. 관계·실시간으로 드러나면 “그 사람이라서”, 형태·경험으로 드러나면 “그 경험이라서”. 둘 다 판단. 나는 판단을 판다.
  2. 엔진. 요약은 결론을 뽑고 판단을 버린다. 그래서 판단과 분리되지 않는 것만 살아남는다.
  3. 판별식. 무엇을 하든 하나만 묻는다 — “요약당하면 죽는가?” Yes면 손대지 않는다. (결론·정보 배달 = 판단이 제거된 것 = 바깥)
  4. 도구. 도구는 판단의 배달을 넓히되, 판단하는 행위를 대체하지 않는다. 나는 루프 안에 남는다.
  5. 원형. 씨앗은 이미 손에 있다. “판단을 파는 도구”의 프로토타입은 이미 돌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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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너럴리스트의 시대가 열린다

👨 류기혁·#생각· .md

IT의 직군은 점점 하나로 합쳐질 것 같다. 내 업무와 네 업무를 가르던 시절, 애매한 영역의 일을 그냥 떠안았던 사람들의 경험이 쓰이는 시대에 대한 생각이다.

들어가며

IT의 직군은 점점 하나로 합쳐질 것 같다.

프론트엔드 개발자, 백엔드 개발자 같은 구분 말이다.

이렇게 적으면 꽤 과격한 주장 같은데, 정확히는 이렇다. 실행의 구분은 사라지고, 다른 것이 남는다.

이 글은 그 생각을 정리해보는 글이다.


‘내 업무’와 ‘네 업무’의 다툼은 누구의 잘못도 아니다

회사에서 일하다 보면 “내 업무”, “네 업무”의 구분이 항상 있다.

이 구분 자체는 당연한 것이라 생각한다. 업무의 경계를 명확하게 가르기 어려운 영역이 반드시 존재하니까.

아무리 모든 업무를 정의하고 구분해서 팀을 만들어도, 정의되지 않은 영역은 어디선가 튀어나온다. 그럼 다시 누구의 것도 아닌 일이 생긴다.

그러니 이건 조직의 문제도, 특정 결정의 문제도 아니고 그냥 자연스럽게 발생하는 것이다.

문제는 그다음이다. 이 애매한 영역에서 여러 문제가 발생한다. 감정적이든 무엇이든.

그리고 보통 이 지점에서 조금 더 적극적인 사람이 자신의 영역을 벗어나 일을 전개하거나, 상위 결정권자에게 결정을 요구하게 된다.

2년 전 일기에도 비슷한 걸 적었다.

일을 할 때, 애매한 영역이 존재한다. 어디까지가 나의 역할인지, 나름대로 정의된 일을 하기에 이미 그곳은 나 없이도 진행되는 것 같기도 하고, 때로는 쌩뚱맞은 일이 마치 내가 했어야 하는 일이 되어버리기도 한다. (…) 애매해지는 순간 나의 영역을 명확하게 확인해야 한다.

— 나의 일기장

그때의 나는 영역을 명확하게 정의해야 한다고 결론을 냈다.

그 결론이 틀렸다고 생각하지는 않는다. 다만 지금 와서 보니, 바뀌는 건 원칙이 아니라 영역의 단위인 것 같다.


실행의 벽은 허물어지고, 가르는 눈만 남는 것 같다

앞으로는 이 구분, 영역의 벽 자체가 점점 허물어질 것 같다.

AI에게 일을 시켜보면 프론트엔드와 백엔드의 경계는 이미 큰 의미가 없다. 화면을 만들다가 API를 만들고, 스키마를 고치다가 배포까지 — 하나의 태스크가 벽을 넘나드는 게 아니라, 애초에 벽이 없는 것처럼 흘러간다.

그래서 프론트엔드 개발자 / 백엔드 개발자의 구분보다, 하나의 태스크를 처음부터 끝까지 할 수 있는 사람들의 시대가 올 것이라 생각한다.

물론 전부 통합된다고 생각하지는 않는다.

퀄리티 컨트롤의 영역, 그러니까 이 결과물이 좋은지 나쁜지를 가르는 자리에는 아직 메인 전문가가 필요하다.

그러니까 실행의 직군은 합쳐지고, 판정의 축은 남는 것이다.


채용공고가 먼저 움직이고 있었다

사실 이 생각을 하면서도 ‘채용시장을 보면 아직 너무 이른 생각 아닌가’ 싶었다.

그래서 찾아봤는데, 생각보다 시장이 먼저 움직이고 있었다.

해외에서는 Software Engineer라는 타이틀이 Product Engineer로 바뀌는 흐름이 보인다. 50개가 넘는 공고를 분석한 글을 보면, 요구하는 건 고객 문제의 이해, 기술 트레이드오프, 그리고 결과에 대한 오너십이다.

프론트엔드만 하는 시니어 자리는 큰 회사 밖에서는 사라지는 중이고, QA 서너 명이 하던 일을 AI 테스트 커버리지를 감독하는 한 명이 하는 사례도 보인다.

한국은 어떤가 싶어 마저 찾아봤는데, 직군의 명칭까지 바뀌는 신호는 아직 없었다.

대신 간접 신호는 보인다. 대형 IT 기업들의 신입 개발자 공채가 줄어들고 있고, 원티드랩의 2026 채용 트렌드 조사에서는 직무와 무관하게 AI 활용 역량이 인재 평가의 주요 기준으로 올라왔다.

실행 인력의 채용은 줄이고, AI로 실행을 커버할 수 있는 사람을 찾는다는 점에서 방향은 같아 보인다.

직군이 합쳐지는 단계는 이미 진행 중인 것이다.

너무 이른 생각이 아니라, 반 발짝 빠른 정도인 것 같다.


‘아 그냥 내가 한다’라고 마음먹었던 사람들

여기서 내가 진짜 하고 싶은 이야기는 이거다.

“내 영역”, “네 영역”을 구분하던 시절에, ‘아 그냥 내가 한다’라고 마음먹었던 사람들이 있다.

애매한 영역의 일을 떠안는 건 그 시절엔 손해였다. 따로 보상이 있는 것도 아니고, 때로는 남의 영역을 침범한다는 눈총도 받았으니까.

나도 그렇게 일해왔던 것 같다. 게임 개발자였다가, 블록체인을 하게 되었고, 앱을 만들게 되었고, 그렇게 직군으로 설명하기 애매한 사람이 되어갔다.

그런데 자의든 타의든 그렇게 쌓았던 경험을 활용할 시대가 오는 것 같다.

태스크를 처음부터 끝까지 돌려본 경험, 영역 바깥의 일을 맥락째 이해해본 경험 — 실행의 벽이 허물어진 시대에 요구되는 게 정확히 이것이니까.

그 시절의 손해가 이 시대의 자산이 되는 것 같다.

(투자해서 이익 실현을 눈앞에 둔 건, 태어나서 처음이네)


마치며

하나 더 주목해볼 것은 계약의 방식이다.

직군이 합쳐지고 한 사람이 사이클을 돌릴 수 있다면, 사람을 채용하는 것이 아니라 특정 프로덕트 단위로 의뢰하는 것이 가성비 측면에서 좋아지는 순간이 오지 않을까 싶다.

물론 이건 정치나 여러 요소들과 연결되어 풀기 어려운 문제다. 검증이나 책임 같은 것들도 얽혀 있고.

다음에 알아보도록 하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