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만하게 일하는 것이 능력이 되는 시대일지도
병렬로 2~3개의 일을 굴리는 게 일상이 됐다. 선택이라기보다 대기 시간이 만든 습관이다. 세션이 많아질수록 맥락을 까먹을 수밖에 없는데, 그 한계인 채로 살고 싶지는 않아서 보조 도구를 만들기 시작했다.
들어가며
요즘 정신이 없다.
일을 하는 방식이 많이 바뀌어 가고 있는 것 같다.
모델의 발전 덕에 에이전트 활용이 실제로 도움이 된다는 체감이 커졌고, 적극적으로 쓰다 보니 여러 세션을 유지하는 형태로 일하게 된다.
그렇게 병렬로 여러 개의 일을 굴린다. 보통 2~3개, 많게는 5개까지 굴려보는데, 나는 아직 3개 정도가 적당한 것 같다.
과거를 기준으로 생각해보면 반대가 되었달까.
예전에는 하나의 일을 끝내지 않고 여러 업무를 벌이는 것이 집중력 부족으로 보였다. 지금 시대에는 빠르게 컨텍스트를 갈아끼우는 것이 능력일지도 모르겠다.
무엇이 이렇게 만들었을까?
AI에게 일을 시키면 결과가 돌아오기까지 시간이 걸린다.
그리고 실제 효과를 얻는 모델들은 보통 작업 시간이 길다.
예전에는 인간이 잡아주던 영역까지 모델이 한 번 더 검토하고, ‘평가자’라는 개념을 도입해서 나에게 보고하기 전에 세 개의 다른 페르소나에게 검토를 받는 프로세스를 만들면 — 작업 크기에 따라 다르지만 보통 20~30분이 걸리는 것 같다.
이런 대기 시간이 비어 있으니, 자연스레 다른 아젠다로 넘어가게 된다.
그러다 보니 어느새 병렬로 일하고 있었다. 선택했다기보다 도구의 지연 구조가 나를 이렇게 만든 쪽에 가깝다.
회사 생활을 돌아보면 ‘집중 중, 방해 금지’ 모드를 띄우는 사람이 많았고, 나도 그랬다.
그게 미덕이던 시절의 습관이다. 한 사람이 한 번에 하나를 깊게 파는 게 생산성이던 시절.
지금은 내가 파는 게 아니라 시키고 확인한다. 전제가 바뀐 것이다.
이 능력을 어떻게 키울 수 있을까?
사실 멀티태스킹의 효율에 대해서는 아직도 왈가왈부가 많다. 자료를 찾아보면 오히려 반대쪽 주장이 더 센 것 같기도 하다.
그래도 나는 앞으로 갖추어야 할 능력이라고 생각한다.
AI에게 질의를 던져놓고, 그 시간 동안 아무것도 안 하고 있을 게 아니라면.
그럼 이 능력을 어떻게 고도화할지를 생각해봐야 하는 것 같다.
문제는 이게 여러모로 힘들다는 것이다.
된장찌개 잘 끓이는 법을 알아보다가, 세계 경제 추이를 리서치하다가, 특정 시스템 개발을 하다 보면 — 세션이 많아질수록 맥락을 까먹을 수밖에 없다.
나도 과부하가 오면 ‘아… 내가 뭐 하고 있었지’ 하고 멈칫하는 순간이 온다. 그때마다 터미널을 위로 올려서 내가 무슨 요청을 했는지 다시 읽게 된다.
그러면 방법이 없나. 나는 계속 최대 3개가 한계인 사람인 상태로 살아야 하나.
그러고 싶지는 않다.
그래서 나는 보조 프로그램을 만들기 시작했다
일단 터미널 제목부터 손댔다.
터미널이 5개 켜져 있다면, 각 세션의 지금 대화 맥락을 계속 요약해서 한 줄로 표시해주는 것.
‘내가 뭐 하고 있었지’가 올 때마다 스크롤을 올려 다시 읽는 일 — 이것부터 없애기 위해서다. 며칠 써보는 중이다.
더 확실한 건 별도 서비스로 만들어보려 한다.
진행 중인 대주제, 진행 상황, 그리고 지금 단계에서 내가 봐야 할 것을 상태창처럼 계속 보여주는 것.
마치며
결국 스위칭을 할 때마다 기억을 유지하는 데에는 한계가 있을 것이다. 사람마다 그 크기가 다를 뿐.
나는 그 한계를 훈련으로 늘리기보다, 도구로 보조받는 쪽에 걸어보려 한다.
기억이 도구의 몫이 되면, 멀티태스킹은 누구나 가능한 것이 되지 않을까.
이 실험이 어떻게 됐는지, 상한이 3개에서 몇 개까지 올라갔는지는 나중에 다시 적어보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