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이스터에그

류기혁 행동 강령

— 행동 강령 · v2 · 2026-07-24

요약을 견디는 건 다, 추상적 판단이 어떤 구체적 몸(관계·경험)을 입고 나온 것들이다.

  1. 좌표. 바다는 “판단”이다 — 유일한 뿌리. 요약을 견디는 모든 것은 판단이 육화된 것. 관계·실시간으로 드러나면 “그 사람이라서”, 형태·경험으로 드러나면 “그 경험이라서”. 둘 다 판단. 나는 판단을 판다.
  2. 엔진. 요약은 결론을 뽑고 판단을 버린다. 그래서 판단과 분리되지 않는 것만 살아남는다.
  3. 판별식. 무엇을 하든 하나만 묻는다 — “요약당하면 죽는가?” Yes면 손대지 않는다. (결론·정보 배달 = 판단이 제거된 것 = 바깥)
  4. 도구. 도구는 판단의 배달을 넓히되, 판단하는 행위를 대체하지 않는다. 나는 루프 안에 남는다.
  5. 원형. 씨앗은 이미 손에 있다. “판단을 파는 도구”의 프로토타입은 이미 돌고 있다.
ryuk@blockchain:~$RyuOlogy

꾸준함은 나를 성장시킨 습관이자, 독이 든 성배다

👨 류기혁·#생각· .md

오랫동안 나를 키워온 습관 '꾸준함'은 호응이 붙는 순간 본질을 밀어내기 시작한다.

들어가며

나에게는 오래된 습관이 하나 있다. 꾸준함이다.

2023년 회고에서 나는 이것을 무기라고 불렀다. 증명하기 힘든 ‘성실함’을 정량화해서, 버리고 싶지 않은 무기로 만들었다고 썼다.

그 생각은 지금도 변함이 없다. 이 무기가 지금의 나를 만들었다고 생각한다.

다만 이 무기에는 치명적인 약점도 존재한다.

어느 순간, 본질보다 꾸준함이 더 중요해진다.


어느 순간 초점이 ‘꾸준함’ 그 자체로 바뀐다

GitHub 잔디가 그렇고, 회사에 내 관점을 공유하는 것도 마찬가지다.

처음에는 순수하게 고민해서 뽑아내던 것들이었다. 그런데 어느 순간 양질의 내용이나 팀의 시야를 높이는 것이 아니라 ‘계속 노력하고 있다는 것을 보여주는 것’으로 초점이 옮겨가 있다.

자기개발을 위해 시작한 커밋이 잔디를 채우기 위한 커밋이 되고, 시야를 나누기 위한 공유가 공유했다는 사실을 위한 공유가 된다.

그렇게 무의미하게 시간을 보내다가, 뒤늦게 ‘함정에 빠졌다’라고 판단하고 멈춘다.

이 사이클을 나는 꽤 여러 번 반복해온 것 같다.


인정욕구의 문제가 아니라, 채점의 문제였다

처음에는 이것을 인정욕구의 문제라고 생각했다.

그런데 뜯어보니, 욕구의 세기가 아니라 채점 방식의 문제에 가까웠다.

‘내 판단이 들어갔는가’는 매번 판정이 어렵다. 자기평가라서 흔들린다.

반면 ‘오늘 뭔가 나갔는가’는 잔디 한 칸, 메시지 하나로 즉시 채점된다.

호응은 채점하기 쉬운 쪽에 보상을 붙인다. 그래서 어려운 기준이 쉬운 룰로 조용히 교체된다.

무의미하게 쉬운 룰을 스스로 만들고, 그 함정에 스스로 빠지는 것이다.

아이러니한 것은, 2023년 회고에서 내가 이 무기의 가치를 ‘정량화’에서 찾았다는 점이다. 무기를 벼린 방법과 독이 만들어지는 방법이 같은 자리에 있었다.


무기를 버리는 것이 답은 아니다

이 습관 자체가 무의미한 것은 아니다. 결국 무언가를 하게 되고, 유의미한 경험치 습득으로는 이어지니까.

그리고 꾸준함을 아예 내려놓으면 내가 루즈해지고 소극적으로 변한다는 것도 스스로 잘 안다.

다만 함정에 빠진 구간에서는 빈도에 비해 실질적인 효과가 적고, 그 사이 내 콘텐츠의 질이 떨어진다. 무기가 독이 되는 구간이다.

그래서 무기를 버리는 것이 아니라, 교체당한 채점 기준을 되돌리기로 했다.

무언가를 내보내기 전에 세 가지를 묻는다.

  1. 이미 돌던 생각의 부산물인가, 아니면 내보낼 것을 만들려고 생긴 것인가.
  2. 결론만 요약하면 죽는가, 아니면 요약해도 손실이 없는가.
  3. 안 올렸을 때 아쉬운 것이 내용인가, 아니면 안 올렸다는 사실인가.

그리고 빈도 목표를 세우지 않기로 했다. ‘주 N회’, ‘매일 잔디’ 같은 채점 쉬운 룰이 곧 이 함정의 몸이니까.

계기판도 바꾸기로 했다. 반응이나 조회수가 아니라, 바깥에서 먼저 말을 걸어오는 한 건.


마치며

이 글을 쓰는 이유는 나를 컨트롤할 스킬들을 만들고, 기록하기 위함이다.

과거와 다르게 내 약점을 류람쥐에 심어 놓을 수 있다는 게 참 편리한 것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