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in8b.life라는 시뮬레이션 사이트가 유행하고 있다.
80억 인구 중 어떤 한 사람으로 인생을 살아보는 건데, 16배속까지 인생을 빠르게 진행시키면서 '공부'에 전념하거나, '운동'에 전념하거나, '투자'에 전념하는 등 여러 삶을 살아볼 수 있는 게임 같은 거야.
각 국가의 현실 등이 잘 반영되어 있어, 꽤 재밌고 현실성이 있기에 수십 번의 인생을 살아봤다.
아프리카에서 태어나 얼마 살지 못하고 병으로 죽어보기도 하고, 가난한 나라에서 일에 전념해도 한국 돈으로는 얼마 벌지 못해보기도 했다.
후진국에서 태어나 유학을 가서 캐나다에서 돈을 벌고, 본국으로 돌아가 부유한 삶도 살아봤다.
공통점이 있다고 생각했는데,
- 사람은 태어나고 죽는다. 부자이든, 가난하든.
- 열심히 노력해도 환경에 따라 극복이 불가능할 수 있다. 선진국, 후진국 혹은 부잣집, 가난한 집.
- 선택의 연속이다. 그리고 하나의 선택을 고집하다가 인생이 비참해지기도 한다.
그럴듯하게 번호를 붙여봤지만, 결국 가장 리스크가 적은 해피엔딩은 나를 소중히 여기며 취미를 만들고, 건강을 관리하며 가족과 행복을 추구하는 것이었다.
'성공'의 정의를 '돈'으로 두면 꽤나 희박한 확률 싸움이 되어버리고, 성공한다고 해도 '만족할 만한 돈은 얼마인가?'라는 함정에 빠져 건강 악화로 죽는 엔딩이 나왔다.
반면 '성공'의 정의를 적당히 온화한 삶으로 두면, 돈을 조금 모아 여행을 가고 그 과정에서 행복을 느끼고, 취미 활동을 하고 안정감을 느꼈다. 그렇게 게임 속에서 여러 삶을 살아보며, 어떤 환경에서든 행복을 찾아볼 수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아빠는 부자가 되고 싶었다. 세계 10대 부자와 같은 거창한 것은 아니어도, '돈' 때문에 문제가 생기는 상황을 맞이하고 싶지는 않았어.
아빠의 가정환경은 비교적 부유한 측에 속했는데, 이때의 경험을 잃고 싶지 않아 더 안달이 났던 것 같다.
하지만 지금까지 마땅한 성과를 내지 못했고, 이런 상황에서 '사회'나 '운'을 탓하고 싶지는 않았다.
돈을 더 벌기 위해서는 무언가 새로운 도전을 해볼 수도 있을 텐데. 지금의 나에게는 가족과 보내는 시간이 더 중요하다는 생각이 든다.
물론 그렇다고 일에 최선을 다하지 않겠다는 건 아니야. 다만 휴일이나 주말에는 그냥 가족의 곁에서 쉬고 싶다.
나중에 네가 "아빠, 정말 돈은 중요하지 않아요?"라고 물어도, "아니? 누가 그래?"라는 어리숙한 답을 할 것만 같아.
어디 커뮤니티에 올라오는 "친구는 비싼 브랜드 입는데, 우리는 왜 이래?"와 같은 말을 네게 한 번쯤은 들을 것이라 생각한다. 나의 능력 때문에 네가 더 좋은 환경에서 무언가를 할 기회가 한정된다면 아쉬울 것 같기도 하고, 그때 나의 마음은 얼마나 아플까 싶다.
단순히 네가 그런 말을 해서가 아니라, 결국 내가 항상 경계하던 '돈' 때문에 발생하는 어떠한 문제를 맞이하게 된 것일 테니.
나의 젊은 날이 스쳐 지나갈 것 같다. 다만 아무리 고민해봐도 20대 이후 최선을 다했고, 딱히 후회가 남는 지점은 없는 것 같다.
방법이 틀렸든, 어떤 선택의 기로에서 잘못 선택했든, 그 순간순간은 재미있었던 것 같다. 그저 운이 좋았던 것이겠지.
그리고 지금의 마음은 무언가를 더 해보려고 하기보다는, 적당히 우리 가족이 월에 한두 번 외식하고, 안전한 집이 있고, 네가 완전한 성인이 되기 전까지는 가을밤 조용히 하늘을 함께 바라보며 여유를 즐기고 싶다는 쪽에 가깝다.
그래서 결국 하고 싶은 말은, 너는 큰 성과를 내지 못한 뒤에야 행복이 무엇인지 고민하지는 않았으면 한다는 거야.
돌아보면 아빠는 처음부터 꿈의 정의가 애매했던 것 같다. 무엇을 하고 싶은지 명확하지 않은 채, 일단 돈을 쫓았다.
좋은 풍경이 보이는 집에서 살고 싶어서 돈을 모은다거나, 일 년에 한 번은 해외여행을 가고 싶어서 돈을 모은다거나. 내가 바라는 삶의 모습이 조금 더 명확했으면 어땠을까 싶다.
물론 '돈'을 쫓는 과정이 후회되거나 하진 않았다. 남들보다는 조금 더 적극적으로 열심히 살았을 뿐. 내가 큰 빚을 지거나 하지는 않았으니.
다만 꿈이 '돈을 많이 버는 것'이 되고, 직업이 '돈을 많이 버는 직업'이 되는, 이런 단순히 '돈'을 쫓는 사람이 되지는 않았으면 해. 돈이 꿈을 이루는 수단이 되어야지, 돈 자체가 첫 번째가 되면 썩 재미있지는 않은 것 같다.
너는 어떤 삶을 살고 싶을까. 무엇을 할 때 행복할까. 그런 것들을 먼저 생각해봤으면 해.
남의 기대에 맞추느라 정작 네 행복을 놓치지는 않았으면 좋겠다.
돈뿐 아니라, 한 번의 인생에서 모든 것을 이루려고 안달이 날 필요는 없겠다는 생각도 든다.
『코스모스』에는 한 사람이 평생을 바쳐도 우주를 다 알 수는 없으며, 여러 세대에 걸쳐 조금씩 알아가게 된다는 이야기가 나온다. 누군가 남긴 지식을 다음 사람이 배우고, 거기에 새로운 발견을 더하면서.
아빠는 그 이야기를 생각하면 조금 마음이 편해진다. 열심히 살아가는 것도 좋지만, 그 과정에서 내 삶을 즐기는 일을 자꾸 뒤로 미루지는 않았으면 해.
아빠가 경험하고 느낀 것들을 이렇게 네게 남기는 것도 그 작은 한 부분일 수 있겠지. 너는 거기에 너의 경험을 더하며 살아갈 테고.
이 글을 읽는 너는 가슴이 떨리는 인생을 살아가고 있니?
그리고 나 또한 가슴이 떨리는 인생을 살아가고 있는지, 종종 하던 일을 잠시 내려놓고 돌아보면 좋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