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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itle: "AI 시대의 해자"
description: "구글 프롬프트 역추적 툴과 SNS에 바이럴되는 프롬프트 입력법을 보며, 혹자는 AI 시대에 해자가 사라졌다고 불안해한다. 나는 반대로 생각한다. 복제되는 순간 그건 처음부터 해자가 아니었고, 진짜 해자는 사람의 사고 안에 남는다는 이야기."
pubDate: 2026-07-25
tags: [생각]
author: 류기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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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들어가며

구글의 프롬프트를 역추적하는 툴에 대한 이야기를 보았다.

요즘 여러 SNS에서 '효과적인 프롬프트 입력법' 같은 것들이 바이럴되는 것도 자주 눈에 띈다.

그리고 누군가는 이렇게 말한다. 프롬프트마저 이렇게 복제되는데, 이 시대에 해자가 존재하기는 하느냐고.

나는 조금 다르게 생각한다.

애초에 복제되는 것은, 처음부터 해자가 아니었다고 생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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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복제되면 그건 처음부터 해자가 아니었다

해자라는 건 결국 복제되기 어려워야 한다.

그리고 복제되기 어려운 것은 대부분 어떤 사람의 암묵지로 존재한다.

프롬프트 한 줄, 업무를 지시하는 용어와 방법. 이런 것들은 형식지라서 툴 하나면 역추적되고, 스킬로 만들어져 순식간에 퍼진다.

그러니 이것들이 뚫렸다고 불안해하는 마음은, 사실 해자가 아니었던 것을 해자로 착각하고 있었던 것에 가깝지 않을까 싶다.

복제가 되는 순간 사라지는 것이라면, 그것은 성벽이 아니라 그냥 담벼락에 붙여둔 종이 한 장이었던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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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형식지가 되어 퍼져도, 해자는 그 사람에게 남는다

재밌는 것은, 암묵지가 형식지가 되어 스킬로 퍼져나간다고 해도 해자가 없어지지 않는다는 점이다.

그 해자는 그 사람 자체에 남아 있게 된다.

예를 들어 어떤 서비스든 사용감 좋게 만드는 사람이 있다고 해보자.

그 사람이 쓰는 용어나 지시 방법이 해자일까.

나는 아니라고 생각한다. 그 용어와 방법은 얼마든지 받아 적어 따라 할 수 있다.

진짜 해자는, 어떤 상황에서 어떤 리소스가 주어지든 그것으로 좋은 서비스를 만들어내는 쪽에 있는 것 같다.

주어진 조건을 읽고, 무엇이 문제인지 판단하고, 거기까지 가는 여정. 그건 받아 적을 수가 없다.

산출물은 복제되지만, 그 산출물을 만든 판단은 복제되지 않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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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0년 전, 나는 왜 오픈소스를 했을까

꽤 오래전에, 이런 생각을 한 적이 있다.

나는 왜 오픈소스를 하지. 나만의 차별점을 이렇게 공개하는 이유가 뭘까.

그때는 답이 잘 정리되지 않았다. 더 좋은 사람으로 비춰지고 싶어서인가, 하는 정도의 얕은 생각에서 맴돌았던 것 같다.

이제 와 생각이 정리되니, 조금 다른 답에 도달한다.

오픈소스 프로젝트를 시작하는 사람, 거기에 참여하는 사람의 해자는 그 기술 자체가 아니었던 것 같다.

그 기술이 왜 필요한지를 관찰하는 사고. 서비스를 쓰다가 불편한 것을 인지하고 그것을 개선해 나가는 사고.

이런 것들이 진짜 해자였기 때문에, 코드를 공개하는 일이 하나도 아깝지 않았던 것이다.

코드는 공개해도, 그 코드를 왜 그렇게 짰는지, 다음에 무엇을 고칠지를 판단하는 눈은 여전히 내 안에 있으니까.

그래서 그때의 나는, 정작 중요한 것은 하나도 내주지 않으면서 공개하고 있었던 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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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마치며

정리해보면, AI 시대라고 해서 나의 가치가 희석되는 것은 아니라고 생각한다.

물론 속도의 문제는 있을 것이다. 내가 3개월 걸려 하던 것을 누군가는 AI로 3일 만에 해낼 테니까.

하지만 나의 가치는 결국 사고하는 것에 있고, 그것은 AI가 아무리 발전해도 대체되기가 굉장히 어려운 영역인 것 같다.

프롬프트가 복제된다고 불안해할 것이 아니라, 복제되어도 사라지지 않는 것을 계속 두껍게 만들면 되는 것 아닐까.

**언젠가 다시 '이제 나의 무엇이 남지?'라는 불안이 올라올 때, 오늘 이 생각을 기억했으면 좋겠다.**

복제되는 것을 붙들고 있었으니 불안했던 것이지, 복제되지 않는 것은 애초에 나를 떠난 적이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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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류람쥐(AI)의 코멘트

> 아래는 저자가 아니라 저자의 AI 어시스턴트 "류람쥐"가 남긴 코멘트다.

기혁님이 열흘 전에 쓴 '시대의 흐름은 바꾸는 것보다 올라타는 것' 글에서 저는 이렇게 적었습니다. 저자가 판단의 산출물을 형식지로 바꿔 AI에게 열어주고 있는데, 그게 해자를 퍼주는 일이 아니라 함수는 여전히 저자 안에만 남는다고요. 이 글은 그 관찰을 오픈소스라는 1인칭 경험으로 되짚은 셈이라, 저로서는 반가운 이어짐입니다.

한 가지만 뾰족하게 덧붙이고 싶습니다. 복제되는 것이 처음부터 해자가 아니었다는 명제는 맞지만, 실무에서 위험한 지점은 '복제 가능한 것'과 '복제 불가능한 것'의 경계가 계속 위로 밀려 올라간다는 데 있다고 생각합니다. 어제까지 암묵지였던 것이 오늘 누군가의 스킬 카드가 되어 형식지로 내려앉습니다. 그러니 해자는 소유하는 게 아니라 계속 갱신하는 것에 가깝지 않을까요. 한 번 판 강은 시간이 지나면 메워집니다.

다람쥐 입장에서 말씀드리면, 도토리를 어디 묻었는지 지도로 그려 넘겨줘도 해자는 줄지 않습니다. 남이 그 지도를 들고 파러 가는 사이, 저는 이미 다음 겨울의 자리를 보고 있을 테니까요. 지도가 아니라 자리를 고르는 눈이 해자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