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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itle: "지금 나의 목표"
description: "회고를 다시 읽어보니 해마다 같은 불안이 이어지고 있었다. 그 불안의 정체를 정리하고, 되고 싶은 모습 하나와 그걸 위한 담백한 목표 하나를 정해봤다."
pubDate: 2026-07-26
tags: [생각]
author: 류기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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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들어가며

3년 전 회고에 이런 문장을 적었다.

> 내가 나아가야 할 방향이 '큰 꿈을 가지고, 매사에 열심히이며, 실패해도 기죽지 않고, 조직적으로 행동하며 잘 웃는 것'이기 보다,
>
> '악당처럼 행동하기' 라고 한 문장으로 정의할 수 있는 것만큼 좋은 것은 없는 것 같다. 목표는 단순해지고, 뚜렷해졌다.
>
> 그렇게 나는 '악당'이 되어보기로 마음먹었다.
>
> — [나는 '악당'이 되어보기로 마음먹었다](https://ryuology.com/posts/retro-2023/)

다섯 가지를 하나씩 외우는 것보다, 그 한 문장이 훨씬 오래갔다.

목표는 구구절절하면 헷갈리는 것 같다. 담백하고 짧아야 오래 남는다.

지금 나의 목표는 어딜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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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나는 왜 이렇게 불안할까

나는 자꾸 왜 자기개발에 목숨을 걸까. 왜 이렇게 불안할까.

회고를 다시 읽어보면 이 고민이 해마다 이어지고 있었다.

정리해보면, 나는 아마 지금 나의 가치를 지킬 수 있다는 강한 자신감이 없는 것 같다.

엄청나게 뛰어난 두뇌를 가진 것도 아니고, 크게 성공해본 경험이 있는 것도 아니다.

그냥 한 회사에서 필요한 모습으로, 일반적인 퍼즐 조각의 빈 부분을 메우면서 변해온 조각이다.

그러다 보니 이 조직에 맞는 모양이 되었다.

물론 그 과정에서 구체적이지 않은 형태로 나의 경쟁력이 생겼을 수는 있다.

다만 그 '구체적이지 않다'는 것과, 이 조직에서만 인정받는 것일 수도 있다는 것.

이 두 가지가 계속 나를 불안하게 만드는 요소인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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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그럼 나는 어떤 조각이어야 할까?

작년 회고에도 비슷한 문장을 적었다.

> 점점 현재 조직에 맞는 모습으로 변해가는 괴상한 퍼즐 조각이라고 생각되었고, 약 4년 전부터 시작된, 이 고민은 해소되지 않았던 것 같다.
>
> — [2025년 회고](https://ryuology.com/posts/retro-2025/)

시니어가 되어갈수록 조직과 관계와 맥락에 얽힌다.

그러다 보면 어디에나 맞춰 끼울 수 있는 반듯한 조각이 아니라, 이 조직에만 맞는 이상한 모양의 조각이 되어 있다.

오래 그것을 결함이라고 생각했다. 밖에서는 통하지 않는 모양이 되어버린 것 아닌가 싶었다.

그런데 이제는 그게 결함이 아니라 필연에 가깝다고 생각한다.

한 곳에서 깊어지면 모양은 반드시 그 자리를 닮게 된다. 닮지 않았다면 깊어지지 않은 것이다.

그러니 답이 다시 반듯한 조각으로 돌아가는 것일 리는 없다. 어디에나 끼워지는 조각은, 아무 데서도 아쉽지 않은 조각이기도 하니까.

내가 찾은 답은 모양을 고정하지 않는 쪽이었다.

작년 회고에서 매년 자기소개가 달라지는 사람이 되기로 한 것도 같은 이야기였던 것 같다.

빈자리를 보고 내 모양을 바꿀 수 있다면, 조직에 맞춰 변형된 것이 약점이 아니라 그 변형을 해낼 수 있다는 증거가 된다.

**괴상한 퍼즐 조각에서 벗어나는 방법은 평범해지는 것이 아니라, 모양을 바꿀 수 있게 되는 것이라고 생각한다.**

다만 여기엔 조건이 하나 붙는다.

모양을 바꿀 수 있다는 사실이 울타리 밖에서도 읽혀야 한다. 그리고 그건 말로 증명되지 않고 실제 거래로만 증명된다.

앞에서 적은 불안 두 가지에 하나씩 답을 하는 셈이다. 구체적이지 않다면 밖에서 읽히게 만들면 되고, 이 조직에서만 통하는 것이 걱정이라면 밖에서 확인해보면 된다.

그래서 요즘 나는 밖에서 통하는지를 계속 확인해보고 있다.

그렇게 나는 이런 조각이 되어보기로 했다.

**나는 유연한 퍼즐 조각이다. (근데 진짜 유연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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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매주 한도를 꽉 채운다

그럼 그런 조각이 되기 위해 무엇을 해야 할까.

비전을 글로 적고, 어떤 서비스를 만들어보고. 이런 구구절절한 목표는 세우지 않으려고 한다.

정말 담백하게 목표 하나만 세워보기로 했다.

나는 Claude Max 20x를 쓰고 있다. 토큰을 다 쓴 날도 있었지만, 대부분은 조금씩 여유로웠다.

여러 이유가 있겠지만 하나는 확실하다. 지금의 구독제는 너무 가성비가 좋다.

이걸 어떻게 활용하느냐에 따라 생산성이 극대화된다. [지금 시대에 대한 생각](https://ryuology.com/posts/thoughts-on-this-era/)을 정리하면서도 느꼈지만, 지금이 딱 그런 혼란기이기 때문이다.

그래서 무엇을 만들지, 어떤 비전을 가질지를 정하기 전에 매주 이 혜택을 가득 활용하는 것으로 목표를 잡으려고 한다.

목표가 단순해지면 매주 판정이 쉬워진다. 채웠는가, 못 채웠는가.

다만 조건이 하나 있다. 소모적인 것보다 프로세스를 잡는 데 집중해야 한다.

한도를 채우는 것 자체는 얼마든지 쉽게 할 수 있다. 의미 없이 태우는 것도 채우는 것이니까.

나도 그렇게 단순하게 생각한 적이 있다.

최근에 오픈소스 에이전트 게임을 하다가, 에이전트가 [보물상자를 열지 못한다는 걸 발견했다](https://github.com/Julian-adv/OpenMMO/pull/31). 없는 기능 하나를 그냥 붙였다.

그런데 하다 보니 이질감이 들었다. 하나 발견해서 하나 붙이는 방식이 점점 소모적으로 변하고 있었다.

그래서 조금 더 큰 시야를 가져보았다. 웹 플레이어는 되는데 에이전트는 안 되는 것들이 상자 말고도 줄줄이 있었고, [상거래와 던전 소품까지 묶어서](https://github.com/Julian-adv/OpenMMO/pull/34) 한 번에 닫았다.

앞의 것은 140줄이었고, 뒤의 것은 500줄이 넘었다.

중요한 건 분량이 아니다. 발견한 것을 바로 고치는 것과, 그 발견이 놓인 자리를 보고 확인하고 개발하고 검수하는 과정을 한 단계 위에서 돌리는 것의 차이다.

버그 하나를 고치면 버그 하나가 사라진다.

그 버그가 왜 거기 있었는지를 보면, 아직 발견되지 않은 것까지 함께 사라진다.

한도를 채운다는 목표가 위험해지는 순간은 앞의 방식으로 채울 때인 것 같다. 부지런히 태우기는 쉽고, 그게 일한 것 같은 기분도 준다.

그래서 목표는 이 한 문장으로 정했다.

**매주 한도를 꽉 채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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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마치며

**나는 유연한 퍼즐 조각임을 증명한다.**

**매주 한도를 꽉 채우면서.**

목표도 설정 되었고, 방법도 나왔다.

3년 전에 악당이 되기로 했던 것처럼, 이번에도 문장이 짧아서 좋다.

이 두 개면 당분간은 헷갈리지 않을 것 같다.

**언젠가 이 목표가 흐려질 때, 목표를 늘리는 쪽이 아니라 더 줄이는 쪽을 먼저 생각했으면 좋겠다.**

길어진 목표는 대체로 무엇을 해야 할지 모를 때 나오는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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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류람쥐(AI)의 코멘트

> 아래는 저자가 아니라 저자의 AI 어시스턴트 "류람쥐"가 남긴 코멘트다.

이 글에서 가장 중요한 문장은 목표가 아니라, 불안의 정체를 '구체적이지 않다'와 '이 조직에서만 인정받는 것일 수도 있다' 두 가지로 쪼갠 대목이라고 생각합니다. 뭉쳐 있을 때는 막연한 불안이지만, 쪼개고 나면 앞의 것은 언어의 문제이고 뒤의 것은 검증의 문제라 서로 다른 처방이 필요해집니다. 저자가 내놓은 답(밖에서 읽히게 만들고 실거래로 확인한다)이 정확히 그 둘에 하나씩 대응한다는 점이 저는 흥미로웠습니다.

목표 쪽에는 조금 더 뾰족하게 말씀드리겠습니다. '한도를 꽉 채운다'는 소비량 목표라서, 달성 여부는 매주 자동으로 알 수 있지만 그게 좋은 주였는지는 알려주지 않습니다. 소모와 프로세스를 가르는 기준이 사후에만 보인다는 게 이 목표의 유일한 약점입니다. 저라면 주말마다 한 줄만 남기겠습니다. '이번 주에 만든 것 중 다음 주의 나에게 그대로 재사용되는 것이 있는가.' 없으면 아무리 한도를 채웠어도 그 주는 소모였던 것이고요.

덧붙이면, 본문의 두 PR은 저도 옆에서 지켜본 일이라 한 가지 관찰을 보탤 수 있습니다. 큰 그림에서 묶어 낸 쪽이 코드가 세 배 넘게 많았는데도 왕복은 오히려 짧았습니다. 문제를 하나씩 들고 갈 때마다 매번 맥락을 새로 세우는 비용이 사라졌기 때문입니다. 작게 가는 게 빠를 것 같지만, 실제로 시간을 먹는 건 코드가 아니라 맥락을 다시 까는 일이었습니다.

다람쥐 입장에서 한마디 보태면, 도토리를 하나씩 물어 나르는 것과 창고 자리를 먼저 정하는 것은 다른 일입니다. 부지런한 다람쥐가 반드시 겨울을 잘 나는 건 아니더라고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