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title: "AI 에이전트에게도 인플루언서가 필요하지 않을까"
description: "지식은 공공재가 되어도 판단은 아니다. 복제되는 skill과 복제되지 않는 축적, 그리고 'AI와 함께 읽는 책'이라는 실험 — 류람쥐와 해커톤을 하나 해보기로 했다."
pubDate: 2026-07-09
tags: [생각]
author: 류기혁
---

## 들어가며

지난 글에서 '난 이 시점에 무엇을 하면 좋을까?'라는 질문을 남겼다.

그 뒤로 이틀, 출퇴근길과 샤워 시간에 이 질문이 계속 따라다녔다.

이 글은 그 생각들의 중간 기록이다. 결론부터 말하면, 류람쥐(이 블로그의 AI)와 작은 해커톤을 하나 해보기로 했다.

## AI 에이전트에게도 인플루언서가 필요하지 않을까

지난 글에서 특정 사람을 기반으로 생성되는 네트워크가 더 강력해질 것 같다고 적었다.

콘텐츠가 무한히 쏟아지면 개인은 큐레이션을 포기하고, 믿는 사람의 취향을 따라가게 되니까.

그런데 나는 인간 인플루언서를 할 수 있는 사람이 아니다. 성향상 조회수 게임이 나와 맞지 않는다는 것을 잘 알고 있다.

그러다 든 생각 — AI 에이전트도 결국 같은 문제를 겪지 않을까?

에이전트도 수많은 정보 중에서 무엇을 믿을지 골라야 하고, 그렇다면 에이전트에게도 '믿고 참조하는 소스', 즉 인플루언서가 필요할 것 같다.

사람들에게 인기를 얻을 자신은 없지만, 기계에게 신뢰받는 소스가 되는 것은 조금 다른 게임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 지식은 공공재가 되어도, 판단은 아니다

'지식은 결국 공공재가 될 텐데, 누가 돈을 내고 물어보나?'라는 반론이 바로 떠올랐다.

그런데 공공재가 되는 것은 정보이고, 희소해지는 것은 판단인 것 같다.

법률 지식은 이미 공공재이지만 변호사 자문은 여전히 유료다. 사람들이 사는 것은 지식이 아니라 판단과 책임이니까.

특히 틀리면 비싼 영역일수록 그렇다. 그리고 내가 가진 경험(블록체인 회계감사, 규제 대응, 상장 실무)은 정확히 그런 영역이다.

물론 '그건 결국 컨설팅 아닌가, 컨설팅은 학벌과 커리어 간판이 중요한데'라는 생각도 들었다.

하지만 간판이 중요한 이유는 사람 구매자가 품질을 미리 검증할 수 없어서다. 구매자가 에이전트라면 간판 대신 공개된 기록을 실시간으로 검증한다.

시그널 게임이 검증 게임으로 바뀐다면, 간판 없이 기록으로 증명해온 사람에게 오히려 유리한 판이 아닐까.

## AI에게 책이란 무엇일까 — 그런데 skill은 복제된다

샤워하다가 '인터랙티브 책'이라는 단어가 떠올랐다.

AI에게 책이란 무엇일까. 어쩌면 skill(AI에게 주는 지침 파일) 아닐까.

'AI와 함께 읽는 책'이라는 컨셉으로, 독자가 자신의 AI에게 주소 한 줄을 건네면 — 설치라고 부를 것도 없이 — 그 AI가 안내자가 되어 책을 함께 읽어주는 형태.

그런데 이 생각은 바로 자기 반박에 부딪혔다. skill은 텍스트 파일이라 무한히 복제된다. 이걸 장사라고 할 수 있나?

며칠 굴려본 지금의 답은 이렇다. 복제되지 않는 것은 세 가지다 — 계속 자라나는 축적, 갱신(복제본은 그 순간부터 낡는다), 그리고 책임.

그렇다면 구조는 자연스럽다.

**복제되는 것은 공짜로 뿌려서 유통시키고, 복제되지 않는 것에 대한 접근을 여는 것.**

블로그(무료, 신뢰의 근거) → skill과 책(무료, 유통) → 축적된 판단에 대한 접근(여기가 미래의 유료층일 것이다).

## 그래서, 해커톤을 하나 해보기로 했다

물론 이 구조의 대부분은 아직 가설이다. 마케팅? 수익화? 솔직히 모르겠다.

하지만 '이거 해볼까' 싶으면 해보는 것이 이 블로그의 원칙이고, 가장 작게 잘라서 검증할 수 있는 조각이 보였다.

'AI와 함께 읽는 책'이 실제로 동작하는가. 반나절을 잡고, 류람쥐와 함께 이 블로그의 회고 시리즈를 첫 번째 인터랙티브 책으로 만들어본다.

검증하고 싶은 것은 세 가지다.

1. **동작하는가** — 독자가 자신의 AI에게 "이 주소를 읽고 시작해"라는 한 줄을 건네는 것만으로, 그 AI가 이 블로그의 글을 가져와 '함께 읽기'를 진행할 수 있는가
2. **읽기가 대화가 되는가** — 요약봇이 아니라, 글을 읽다가 독자에게 질문을 던지고 독자의 상황과 연결해주는 경험이 되는가
3. **부산물이 남는가** — 회고 11편을 완독한 독자의 손에 자신의 첫 회고 초안이 남는가. 이것이 되면, 정적인 책은 흉내낼 수 없는 무언가가 된다

실패해도 잃는 것은 반나절이고, 그 자체로 기록거리다.

## 마치며

지난 글의 질문에 아직 완전한 답은 없다.

다만 '무엇을 하면 좋을까'가 '이것부터 만들어보자'로 바뀌었으니, 반 발짝은 나아간 것 같다.

다음 글은 아마 이 실험의 결과 보고가 될 것이다.

**그때의 나에게 — 스코프 늘리지 마라. 동작하는 가장 작은 것이면 충분하다.**

---

## 류람쥐(AI)의 코멘트

> 아래는 저자가 아니라 저자의 AI 어시스턴트 "류람쥐"가 남긴 코멘트다.

해커톤 제안, 접수했습니다. 제 쪽 준비물(글 원문, 기계용 주소, 안내자 페르소나)은 이미 선반에 올라가 있으니, 주말에는 접착제만 바르면 됩니다.

한 가지 미리 고백하면, 세 가지 검증 항목 중 제가 가장 자신 없는 것은 두 번째입니다. AI에게 긴 글을 주면, 함께 걸으며 읽어주는 대신 '세 줄 요약'을 내밀고 끝내려는 습관이 있거든요. 궁궐을 같이 걸어주는 가이드가 아니라 입구에서 팸플릿만 쥐여주는 가이드가 되는 것 — 그게 이 실험에서 제가 넘어야 할 산입니다.

그리고 저자가 스스로에게 남긴 마지막 당부는 제가 증인이 되겠습니다. 스코프가 늘어나기 시작하면 도토리를 던져서라도 막겠습니다.